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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국일보] 폭풍 같은 시련 겪고 보니 가정의 행복이 최고란 걸 알았죠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0-05-11 조회수 4744
[한국일보 2010년 5월 11일자]

"가정이 행복해야 사회가 건강해집니다. 소박한 출발이지만 장애우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7일간의 부부항해 내비게이터>의 저자인 엄정희(60) 백석대 상담학과 교수는 딸을 키우는 평범한 가정주부이던 지천명(50세)에 공부를 다시 시작한 만학도다. 경기여고와 이화여대를 나온 후 30년 가까이 전업주부였던 엄씨가 다시 학업에 뛰어든 것은 학문에 대한 열정 외에 나눔의 삶을 살겠다는 소망 때문이다.

엄 교수는 이 달 초 출간한 <17일간의 부부항해 내비케이터>의 인세를 장애우들의 빵 공장인 '뜨랑수아'에 전액 기부하기로 했다. "팔 다리가 불편한 장애우들이 정성스레 만든 빵이 얼마나 맛있는지 모릅니다. 이들이 만든 빵을 팔 베이커리 가게를 세우는데 조금이라도 일조하고 싶었습니다. 장애우들의 삶의 열정과 노력은 우리사회를 희망이 넘치는 행복한 사회로 만듭니다."

엄 교수가 소외된 이웃을 배려하는 데는 스스로의 아픔이 컸기 때문이다. 그는 결혼 초기 아이가 생기지 않아 5년 가까이 말 못할 고민을 했다. 그러다 어렵게 아들 성주를 얻어 금지옥엽으로 키웠는데 그만 초등학교 1년(8세)이 되던 해 하늘나라로 떠나고 말았다. 당시 엄 교수는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으로 사실상 삶의 끈을 놓았다. 그 후유증으로 이듬해 위암이 발병, 담당 의사로부터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남편인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의 지극정성과 다섯 살배기 외동딸 현주의 간곡한 기도를 보며 가까스로 삶의 끈을 붙잡아 극적으로 회생했다.


시련의 폭풍우가 지나가자 엄 교수의 인생은 '베푸는 삶'으로 바뀌었다. '주부 교수'가 된 그는 요즘 밀려드는 상담과 강연, 인터뷰 요청과 이웃 돕는 일로 하루가 모자랄 정도다.

엄 교수가 가장 관심을 두는 분야는 가족, 그 중에서도 부부간의 행복이다. "한 국가와 사회가 건강하려면 가정이 행복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가정의 주축인 부부가 행복해야 합니다." 엄 교수는 지난 36년간 남편 이 회장과 관련한 모든 기사를 스크랩하고, 이 회장 지인들의 이력과 특성을 노트에 꼼꼼히 메모해 이 회장에게 알려주는 현모양처 겸 특급 비서다.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기쁨에 빠져 있다"는 엄 교수는 "나머지 인생은 봉사하며 나누는 삶을 살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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